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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가다의 추억

 
 14년 2월 14일의 글.
 
 
 

 일 마치고 오다보니 

 지하철 설비작업이랑 바닥 청소를 하고 있으셨다. 마침 막차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내 지난 기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-


 -차타고 한참 가야 나오는 간척지에 공장을 짓는데 거기서 먹고 자고 일하는, 일종의 인력팔이 같은 거였었다. 그리 오래하진 않았던 노동이었음에도 짧은 그 기간동안도 제법 많은 기억이 파고들어 있었는데,

모텔 한 방에 인부들이(다섯명 정도로 기억한다)기어들어가 자고, 친구와 중간에 스트레스풀겠다고 놀러나왔던 그 근처 도시는 아파트와 술집, 성인게임장 정도만 있는 섬짓할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다.

점심에 제공해주는 밥은 말린 시래기나물과 그걸 끓인 국, 푸석한 밥 정도가 다였고, 휴게실엔 쉴새없이 피워대는 담배연기만 넘쳐났다.

대학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고, 그땐 근거가 쌓이지도 않은 설익은 자신감만으로

난 이런곳에서 일할 경우는 없겠지 하는 생각을 가져서일까, 어려서부터 비슷하게 메마른 일을 했던 기억이 쌓여서일까, 그렇게 못견디겠거나 당장 벗어나고 싶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. 지금 생각하면 그냥 신기한 경험 정도로 생각했던 듯 하다.


하지만 이렇데 겁도없이 했었던 많은 일들이 내 생각이 자유로워지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. 별의별 일을 겪어보면 정말 문자 그대로 세상엔 별의별 일이 다 있다는 걸 알게되고, 말도 안되는 소리나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도 인정하고 그곳까지 사고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.



번외로 든 생각-


내가 그 일 하던 당시,

은연중에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을 당시에 나보다 낮게 바라봤던 것 같다. 아니, 그랬다.

제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얼마나 고귀한 지 몰랐고, 나 자신의 무능함에 대해서도 마치 천둥벌거숭이처럼 아무것도 몰랐었다. 

사람이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선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.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낼 때 서로가 빛나게 되는 것이다.

 

 

 

 14년 8월 30일에 추가